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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비용 보상제 '유명무실' "무죄판결 시 변호인 선임료 등 최대 450만원 보상"
- 작성일
- 201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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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비용 보상제 '유명무실'"무죄 판결 시 변호인 선임료 등 최대 450만원 보상"
법원·검찰 공무원조차 인식 부족… 이용률1% 안 돼
무죄 선고하면 판사가 직접 '보상청구' 안내 바람직
2008년 1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은 구속 여부에 관계없이 국가를 상대로 변호인 선임료와 법정 출석에 소요된 교통비 등 소송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1%도 채 되지 않는 저조한 이용률을 기록하며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법원·검찰 공무원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할 정도로 제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A씨는 무죄가 확정되면 소송비용을 국가가 보상해 주는 제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검찰청 민원실에 문의했다.
하지만 민원실 직원은 "구속 됐었나요? 아니면 받을 게 없습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 직원은 '구속된' 피고인이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에만 받을 수 있는 형사보상청구 안내문만 손에 쥐어줬다. 집으로 돌아온 A씨는 낙담하다 안내문을 꺼내 들었다.
자세히 읽어보니 자신처럼 '불구속' 기소됐더라도 무죄가 확정되면 소송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문구가 있었다. 어리둥절하던 A씨는 "그럼 법원에 한번 알아보라"는 지인의 말에 법원 민원실로 찾아갔다. 하지만 법원 직원도 제대로 모르는 눈치였다. A씨는 안내문과 법률 조항을 설명한 끝에 겨우 소송비용보상을 신청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법원과 검찰청을 찾아가도 이 정도인데 일반 국민들은 오죽 하겠느냐"며 "허울뿐인 제도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무죄 확정시 소송비용보상제도는 구속 여부를 묻지 않고 무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쓴 소송비용을 국가가 보상해 줌으로써 피고인을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형소법 제195조의2 등에 근거를 두고 있다.
피고인은 무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무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5년 이내에 자신에게 무죄를 선고한 법원에 소송비용보상을 청구하면 자신이 그동안 공판준비 및 공판 기일에 출석하는 데 든 교통비 등 여비와 일당, 변호인 선임료 등을 받을 수 있다.
여비와 일당은 거주지와 재판을 받은 법원의 거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1회에 5만원 안팎에서 결정된다. 변호인 선임료는 국선변호인의 보수를 기준으로 지급된다. 따라서 통상 30만원이 기준이지만 사건의 난이도 등에 따라 최대 5배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1~3심까지 모두 변호인을 선임했다면 최대 45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소송비용보상은 피고인이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구속됐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기 때문에 불구속 피고인도 청구할 수 있다. 구속 피고인은 구금일수에 따른 형사보상과 함께 소송비용보상을 추가로 청구할 수도 있다.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때에도 소송비용을 보상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최근 간통죄 위헌 결정 이후 재심을 청구한 당사자들도 무죄가 확정되면 과거 유죄 판결을 받는 과정에서 들어간 소송비용도 소명만 하면 받을 수 있다.
피고인이 수사 또는 재판을 그르칠 목적으로 거짓 자백을 하거나 다른 유죄의 증거를 만들어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는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지급하기 때문에 변호사 선임 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갖춰 신청만 하면 대부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무고 혐의로 약식기소됐다가 정식재판을 청구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B씨는 355만원의 보상을 받았다.
1·2심 변호사 비용으로 270만원, 재판 과정에서 17차례 법정에 출석한 데 대한 여비와 일당으로 1일 5만원씩 85만원을 인정받았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항소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C씨는 1200여만원의 형사보상금을 받았지만, 소송비용보상을 추가로 청구해 1·2심 변호인 보수 300만원, 공판기일에 22차례 출석한 데 대한 여비와 일당으로 1일 5만원씩 110만원 등 모두 41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하지만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 가운데 이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다. 2012부터 2014년까지 최근 3년간 형사사건과 관련한 보상청구를 통합한 '코(사건분류명)' 사건에서 소송비용보상청구를 이름으로 하는 사건은 2012년 56건, 2013년 43건, 지난해 42건 등 수십 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사선' 변호인을 선임해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 수(1심 기준)는 연도별로 각각 1만2562명, 1만704명, 8404명에 달한다. 이용률이 0.5%대에 불과한 셈이다. 구속기소됐다 무죄가 확정된 사람이 형사보상청구를 하면서 동시에 소송비용보상을 청구해 사건명이 형사보상청구로 분류돼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례가 있다고 하더라도, 변호인 없이 '나 홀로 형사소송'을 하면서 무죄를 받은 사람들도 고려하면 실제 이용률은 이보다 더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점을 개선하기 위해 판사가 직접 재판 절차나 재판이 끝난 뒤 무죄가 확정되면 소송비용청구 등 형사사건과 관련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등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법원 형사재판서 등본송부 및 확정통보 등에 관한 예규 제7조는 무죄, 면소, 공소기각 재판이 확정된 때에는 법원이 피고인에게 재판서등본과 확정증명서와 함께 형사보상청구 안내문을 송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재판 과정에서 판사가 직접 제도를 설명하도록 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판사는 "법정에서 당사자에게 소송비용 등을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제도가 활성화 돼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건 당사자들이 많이 찾는 법원과 검찰 민원실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A씨처럼 불편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장호 기자 jangho@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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