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자료실
[연구논단] 음주운전 등으로 인한 구상금 지급의무자의 범위
지창구 부장판사(전주지법 군산지원) 2023-03-16(법률신문)
1. 문제 사안
甲은 자신이 소유한 승용차에 관해 A 보험회사와 피보험자를 甲으로 하는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자신의 아들인 乙에게 위 승용차의 사용을 승낙하였다. 乙은 어느 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위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丙이 소유 및 운전하던 승용차를 들이받았는데, 甲은 乙의 음주운전 사실을 전혀 몰랐다. 위 사고로 인해 丙은 치료비 500만 원을 요하는 부상을, 丙의 승용차는 수리비 300만 원을 요하는 손상을 각 입었다. A 보험회사는 丙에게 대인배상으로 위 500만 원을, 대물배상으로 위 300만 원을 각 지급하였다.
2. 쟁점의 정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하 ‘자배법’이라 한다) 제29조 제1항은 무면허운전, 음주운전, 약물운전, 사고후미조치(이하 ‘음주운전 등’이라 한다)의 사고로 다른 사람이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다른 사람의 재물이 멸실되거나 훼손되어 보험회사 등이 피해자에게 보험금 등을 지급한 경우에는 보험회사 등은 해당 보험금 등에 상당하는 금액을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자에게 구상(求償)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위 규정을 문언 그대로 해석하면 음주운전 등으로 인한 사고로 대인 또는 대물 피해가 발생한 경우 보험회사의 구상 상대방은 ‘그 사고로 인해 피해자에게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로 보인다.
앞서 본 사안의 경우 丙에게 ① 乙은 자배법 제3조에 따라 치료비 500만 원의, 민법 제750조에 따라 수리비 300만 원의 각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② 甲은 자배법 제3조에 따라 치료비 500만 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지며[자배법 제3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인적 손해에만 미치므로, 甲은 물적 손해인 수리비 300만 원에 관하여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대법원 2006. 7. 27. 선고 2005다56728 판결 참조).], 甲과 乙의 위 각 500만 원의 손해배상책임은 부진정연대책임이다.
그렇다면 A 보험회사는 甲에게 500만 원을, 乙에게 800만 원(그중 500만 원은 甲과 공동하여)을 각 구상할 수 있는가?
3. 검토
살피건대, 아래 사정을 종합하면 甲이 A 보험회사에 구상채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가. 자배법 제29조 제1항의 입법취지
자배법 제29조 제1항의 입법취지는 음주운전 등으로 인한 사고의 경우에도 피해자 보호를 위해 보험회사가 일단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되, 그 후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자에게 구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자가 궁극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여 음주운전 등을 예방하려는 것이다(보험회사의 입장에서는 자동차보험계약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 등으로 인한 사고의 경우 자신이 지급한 보험금을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자에게 구상할 수 있으므로, 그와 같이 구상하여 회수한 보험금에 한해서는 면책되는 결과가 된다).
자배법 제29조 제1항의 입법연혁을 보더라도 2021. 7. 27. 법률 제18347호로 개정되기 전에는 “보험회사 등은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자에게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구상(求償)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었고, 그에 따른 2022. 1. 14. 개정 전의 구 자배법 시행규칙 제10조에서 구상금의 한도액을 사망 또는 부상의 경우 300만 원(음주운전의 경우에는 1,000만 원), 재물의 멸실 또는 훼손의 경우 100만 원(음주운전의 경우에는 500만 원)으로 정하였는데, 자배법 제29조 제1항이 위와 같이 개정되면서 구상금의 한도액을 없애고 보험회사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전액을 구상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고, 법제처는 그 개정이유를 “음주·무면허 운전으로 발생한 교통사고 또는 사고 후 구호조치 미이행으로 인한 피해에 대하여 보험회사 등이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등의 전액을 구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음주·무면허 및 뺑소니 사고를 줄일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자배법 제29조 제1항에 규정된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자”는 피해자에게 ‘그 교통사고로 인한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자’가 아니라 ‘음주운전 등과 관련한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자’로 새겨야 한다.
다시 말해, 위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은 위험책임이나 보상책임이 아니라[자배법 제3조는 위험책임과 보상책임원리를 바탕으로 하여 자동차에 대한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가지는 자에게 그 운행으로 인한 손해를 부담하게 하고자 함에 있다(대법원 1986. 12. 23. 선고 86다카556 판결 참조).] ‘행위책임’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나. 자동차보험 표준약관과의 관계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제11조 제1항(이하 ‘쟁점 약관조항’이라 한다)은 ① 피보험자 본인이 음주운전 등을 하는 동안에 생긴 사고 또는 ② 기명피보험자의 명시적·묵시적 승인하에서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음주운전 등을 하는 동안에 생긴 사고로 인하여 보험회사가 대인배상Ⅰ, 대인배상Ⅱ 또는 대물배상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 피보험자는 사고부담금을 보험회사에 납입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쟁점 약관조항은 그 규정 취지가 자배법 제29조 제1항과 같고, 자배법 제29조 제1항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다90603 판결 참조). 그 연혁을 보면, 2000. 12. 18. 전부개정된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의 [별표 2] 표준약관 중 자동차보험의 제11조 제1항, 제22조 제1항에서는 ㉮ 피보험자 본인이 무면허운전을 하였거나, 피보험자의 명시적·묵시적 승인하에서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에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와 ㉯ 피보험자 본인이 음주운전을 하였거나, 피보험자의 명시적·묵시적 승인하에서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하였을 때에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 중 일정 금액을 대인배상Ⅱ와 대물배상에서 보상하지 않는 손해로 규정하고 있었는데,
자배법이 2003. 8. 21. 법률 제6969호로 개정(2004. 8. 22. 시행)되면서 ‘무면허운전 또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일으킨 사고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다른 사람의 재물이 멸실 또는 훼손되어 보험사업자 등이 피해자에게 보험금 등을 지급한 때에는 보험사업자 등은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자에게 건설교통부령이 정하는 금액을 구상할 수 있다.’라는 내용의 제25조 제1항을 신설하여 위 약관조항을 법률로 도입하였고, 이에 맞추어 2004. 6. 25. 개정된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의 부칙 단서에서는 “제5-13조 제1항 관련 별표15. 표준약관 중 <자동차보험> ‘<25> 보험회사가 보상하지 않는 사항(면책사항)’의 ‘1. 일반면책사항’, ‘(3) 대물배상’, ‘⑦’의 단서 규정내용 및 ‘2. 음주운전 또는 무면허운전 관련 자기부담금’ 중 대인배상Ⅰ 및 무면허운전시 대물배상에 적용되는 자기부담금과 관련한 규정내용은 2004년 8월 22일부터 시행한다.”라고 정하였으며(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이 2003. 9. 26. 전부개정되면서 표준약관의 위치가 별표2에서 별표15로 바뀌었다), 그 후 위 표준약관과 자배법이 각 개정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한편 쟁점 약관조항 중 ②부분은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한 피보험자가 음주운전 등으로 사고를 내어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는 경우 그 운전자의 음주운전 등이 기명피보험자의 명시적·묵시적 승인하에 이루어짐으로써 기명피보험자도 피해자에 대해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질 때에는 기명피보험자 역시 자기책임의 원칙에 따라 운전자와 함께 사고부담금을 부담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이다(위 대법원 2012다90603 판결 참조).
따라서 음주운전을 직접 하지 않았고,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한 乙에게 그가 음주운전을 하는 것을 명시적·묵시적으로 승인[쟁점 약관조항에서 ‘승인’은 운전에 대한 승인이 아니라 음주운전 등에 대한 승인을 의미한다(대법원 2013. 9. 13. 선고 2013다32048 판결 참조).]하지도 않은 기명피보험자인 甲이 A 보험회사에 구상채무 또는 사고부담금납입채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자배법 제29조 제1항에 규정된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자”는 ‘(음주운전 등으로 인한)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자’로 해석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와 같은 법문으로 인해 해석상의 혼선이 초래되고 있으므로, ‘음주운전 등과 관련된 행위책임을 지는 자’만을 구상의 상대방으로 하는 것으로 자배법 제29조 제1항의 문언을 명확하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
4. 결론
자배법 제29조 제1항에 규정된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자”는 ‘(음주운전 등으로 인한)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자’로 해석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와 같은 법문으로 인해 해석상의 혼선이 초래되고 있고, 보험회사는 음주운전 등으로 인한 사고의 경우 일률적으로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와 소유자를 상대로 구상금 지급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으며(앞서 본 것과 같이 단순한 피보험자동차 소유자의 경우 물적 손해에 관한 배상책임 자체를 부담하지 않음에도 대물배상에 의해 지급한 보험금까지 포함하여 구상청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피보험자동차의 소유자는 법리적인 반박이나 주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같은 해석상의 어려움과 문제점을 볼 때 ‘음주운전 등과 관련된 행위책임을 지는 자’만을 구상의 상대방으로 하는 것으로 자배법 제29조 제1항의 문언을 명확하게 개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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